01. intro
인간실격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대표작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복잡성을 탐구한 작품이다.
이 책은 전문(前文)과 세 편의 수기(手記), 후기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 오바 요조의 내면 독백과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리뷰를 시작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은, 책의 전문에 등장하는 사진 속 아이의 섬뜩한 표정이었다.
아이의 표정에서 불길한 예감을 느꼈던 나는 ‘이 책이 광기나 살인마적 기질을 다룬 이야기는 아닐까?’ 하는 긴장감 속에서 첫 장을 넘겼다.
그러나 주인공의 마음속 소리와 익살로 채워진 행동들을 읽으며, 나는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요조의 삶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커졌고, 그의 이야기에 점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02. 줄거리
주인공 요조는 어린 시절부터 타인의 감정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그는 늘 주변 사람들의 기분을 헤아리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조정했다.
아버지의 수첩에 적힌 '사자탈'이라는 단어는 그의 삶이 어떤 틀에 맞춰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장면은 마치 한 TV 프로그램에서 본 영재 아이의 모습과도 겹쳐졌다.
그 아이는 엄마의 기뻐하는 모습과 실망하는 모습을 기준으로 공부를 했었다.
요조 역시 사랑받기 위해, 혹은 미움을 받지 않기 위해 익살과 순응의 가면을 쓰고 살아야 했다.
03. 느낀 점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을 지키고, 그들을 행복하게 하며 웃게 만드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다.
이러한 삶의 목적은 단순히 나 자신이 아닌 '내 사람들'을 위한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그것이 곧 나의 행복으로 연결된다.
요조의 익살과 배려 역시 이러한 기반 위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조는 타인의 기분을 맞추는 데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내면은 점점 더 텅 비어갔다.
그 결과, 그는 누구와도 자신의 진심을 나누지 못하는 외로운 인물이 되고 말았다.
책을 읽으면서 충격적이었던 부분은,
우리가 일상에서 숨기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점이었다.
누구나 타인의 기분을 신경 쓰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지만, 요조는 그 정도가 극단적이었다.
특히 그의 주변 인물들이 그와 깊이 연결되지 못하고 스치듯 지나가는 모습은 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는 요조의 텅 빈 진심 때문일까, 아니면 그의 과장된 익살이 오히려 사람들을 밀어냈던 것일까?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요조가 내면의 고립을 해소할 수 있는 친구나 가족이 있었다면 그의 삶은 지금과는 달랐을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요조가 그림을 표현의 매개체로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자신의 복잡한 내면을 그림으로 승화할 수 있었다면,
자살 시도와 약물 중독 대신 명화를 남기는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순히 예술적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것은 아니다.
요조가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를 찾지 못했다는 점,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삶의 무게와 균형을 잃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표현했다면, 그의 삶은 조금 더 균형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요조의 이야기는 현대인의 모습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며 살아가고,
자신의 진정한 목소리를 억누르는 삶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다.
요조의 삶은 단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타인의 평가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요조의 삶은 더더욱 파괴적이고 절망적으로 변하지만, 나는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삶이 그러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과 상황, 그리고 그가 받은 상처들을 생각하며 안타까움이 커졌다.
04. 마치며
인간실격은 단순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요조의 모습은 우리 마음속에서 계속 울림을 남긴다.
그의 삶은 현대 사회의 복잡성을 상징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놓치고 있는 진정한 자아와 연결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작품은 우리가 타인의 기대와 자기 자신의 욕망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지 묻고 있다.
그렇기에 인간실격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읽히고, 사랑받는 작품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조의 말을 인용하며 이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저는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아무래도 인간을 단념할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익살이라는 가는 실로 간신히 인간과 연결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 문장은 그의 삶을 꿰뚫는 동시에, 우리가 인간 관계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욕망의 본질을 담고 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단념하지 못하는 욕망,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한 익살이라는 도구.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된 요조의 삶은 단지 한 비극적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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