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다시 마주한 ‘일’의 의미-어떻게 일할 것인가(박명우)
책 제목과 목차를 처음 봤을 때, 기대감이 매우 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적 통찰과 더불어 노동과 일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읽으며 노동의 미래를 고민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이 책이 숨을 고를 여유와, 삶과 일을 균형 있게 바라볼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책을 반쯤 읽었을 때,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실패의 미덕』을 읽었어야 했나?’,
‘아니면 『소유냐 존재냐』를 다시 펼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한동안 다른 책으로 마음을 돌렸다가 다시 돌아와 이 책을 완독했다.
책을 덮고 난 후 비로소 이 책이 전하려던 메시지를 온전히 마주하며 나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었다.
이 책은 우리의 일터를 광활한 바다에 비유하며, 항해를 위해 필요한 준비 자세와 기술을 이야기한다.
인생을 산이나 바다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 책은 더 나아가 항해에 필요한 구체적인 준비 과정에 주목한다.
연장통을 준비하고 나침반과 지도를 챙기는 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예기치 못한 풍랑 속에서 성장하는 법을 상세히 다룬다.
또한 우리가 종종 느끼는 불안함과 막연함 속에서 ‘내가 가는 길’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나는 목표와 계획 없이는 좀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항상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계획을 반복해왔다.
그런 내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
지금껏 목표 중심의 삶이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면, 동시에 나를 가두고 있었던 틀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동안 크고 외형적인 목표를 향해 달려왔다.
큰 목표를 세우고, 마침내 그 목표를 이뤘을 때 느꼈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컸다.
하지만 그 성취감은 오래가지 않았고, 성취 후의 공허함은 이내 회의감으로 이어졌다.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
단지 목표를 이루는 것만으로 충분했던 걸까?
이 책은 나처럼 외적 동기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내면의 동기만을 중시하는 척했던 사람들에게 균형 잡힌 관점을 제안한다.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과정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목적 없는 목표는 삶을 노예로 만든다.
그렇기에 목적과 목표를 단순히 양분하지 않고
조화롭게 조율하며 살아가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사람들은 죽음을 앞두고 두 가지를 가장 후회한다고 한다.
자신감 없던 순간과 젊은 날을 일에만 매몰되어 보냈던 시간이다.
우리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그리고 젊음의 대부분을 일하며 보낸다.
그렇기에 일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자세로 접근할지에 대한 고민은 삶의 방향을 정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질문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나에게 그 질문의 답을 찾아 나서는 데 도움을 주었다.
사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은 매우 단순한 진리다.
삶이란 고해(苦海)라는 사실.
바다에는 잔잔한 평화가 깃드는 순간도 있지만,
거친 풍랑에 휩싸이는 순간도 있다는 것.
준비된 자만이 그 바다를 헤쳐 나아가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단순한 진리를 깨닫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내 삶을 돌아보며 여러 질문을 던졌다.
내가 목표를 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가?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의 끝은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즉답을 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도록, 질문을 던지고 고민의 장을 열어 주었다.
이 책은 단순히 바쁘게 달려가는 삶에서 벗어나,
왜 달리고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여정을 선사했다.
이는 단순한 교훈으로 끝나지 않는다.
삶의 기준을 새로 정립하고, 앞으로의 항해를 준비하는 데 있어
이 책은 나에게 오래도록 곁에 두고 참고할 나침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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